알록달록 오밀조밀하게 캔버스를 가득 메운 작은 군상들은 유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작가는 자신이 바라본 현대인들의 모습을 게임의 장면처럼 다채로운 컬러로 흥미롭게 묘사하였다. 인물의 표정보다는 반복되는 행위, 놀이, 그들이 지닌 오브제와 배경에 의미를 부여한 작가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군중들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이경현 작가의 눈에 비친 현대인들의 모습은 무표정하다.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 타인의 눈을 중시하고 개인의 소신보다는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으로 자신을 맞추려는 풍경들은 낯설지 않다. 작가는 경쟁과 결과로 평가되는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상. 하 구도로 표현하였다. 이 모습은 감시자에 의하여 촬영된 장면 혹은 누군가에 의하여 조종당하는 하나의 장난감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급속하게 생성되고 사라지는 문화 속에서 융화됨을 강조하지만 누구나 동일한 방향을 응시할 수 없으며 강요할 수 없다. 이경현의 작품은 단순한 형태와 다채로운 색감으로 재미있고 유쾌한 풍경으로만 간주할 수 있지만 작가는 지속적으로 고민해오던 흔적들 보여준다. 개인의 가치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무료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여유를 통하여 그 동안 소홀했던 나의 생각, 추구하는 삶과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