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미술하고 있나 돌이켜 보면 이유가 뭔고 하니 미술이 너무나 좋아서 이 분야에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닌 그저 내가 가진 유일한 장점 혹은 특기가 미술임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 유년기, 청소년기의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낙천적이고 세상에 만사 걱정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나의 모습은 이뤄놓은 것은 하나도 없고 불안과 우울만 누적되어 점점 스스로를 위축시키고 작아지게 만들었다. 만성적인 패배주의는 누군가가 나를 고립시키지 않았음에도 자신을 구석으로 내몰았고 은둔하게 만들며 매사를 자책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현재 작품세계관에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 어떤 정신상태인지 여과없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의 진절머리 날 것 같은 나의 모습을 기록한다. 솔직히 자신의 단점만 보여주는 것 같은 이 행위가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단점이 부각되는 것에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고 그와 비례해서 장점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패턴이기에 이에 반대로 나의 심리적 민낯을 보여주는 이 행위에 걱정이 안들 수 없었다. 그럼에도 왜 이런 형태의 미술을 하는 가 하니 미술이란 자신이 여태 살면서 얻어낸 객관적 사실, 정보들을 주관적인 필터링을 거쳐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회에서 통상적 정보들을 얻는다. 이것을 주관적으로 재해석, 생산하는 것이 미술인들의 능력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품은 비슷할 수는 있어도 모두 다르게 만들어 진다.

작품을 만들 때의 당시 감정을 담아내는 것에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