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란 존재는 어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미숙한 존재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존재인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범하는 일들을 가끔 뉴스를 통해 접하다 보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간혹 어른들 중엔 이익을 위해 어떤 짓이라도 벌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름다워 보일지라도 제 작품 속 아이들은 변형 되어진 아이들입니다. 제 그림 속에 있는 동물, 식물, 아이들 같이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존재들을 통해 점점 슬퍼지는 현실의 세계를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예전 패션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활동하던 20대 시절에는 직업의 특성상 여인들의 모습을 주로 작업했었습니다. 20대 시절의 작업물들은 화보 형식의 인물화가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결혼 후 예쁜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작업물들도 주로 아이들을 그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듯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리고 아이들이 약자의 입장에서 당하게 되는 일련의 슬픈 사건들을 접하면서 작품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아이들로 옮겨간 것입니다. 주제를 표현하자면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입니다. 표현 방식은 팝아트 형식을 빌린 일러스트 기법으로 아이들이 보면 예쁜 동화의 한 페이지인 것 같지만 거기에 담긴 주제는 단순하지만은 않은 슬픈 어른들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저는 따로 교육을 받은 적 없이 그림을 시작했고 유화 작업도 독학으로 해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작품들 속엔 주로 사람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름다움도 주로 인체의 선, 사람의 눈, 여인의 굴곡 등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인물화를 그리고 묘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인물들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의상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주제가 잘 녹아 있는, 그래서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더 높여주는 그런 작품을 더 많이 그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작업해 보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 그리고 동물들과의 모습을 통해 어린 시절에 느끼는 막연한 호기심이나 공포 등을 주제로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동물들을 몽환적인 주제 속에 병렬하거나 환상의 존재처럼 느껴지는 아이들의 동심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제 작업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