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 판매작품리뷰입니다.

[Sold/똑똑- 김경민 作]

에코락갤러리 대표 장현근 | 2022-04-11

  • sns kakao Story
  • sns tweeter
  • sns facebook
  • sns link

똑똑

김경민作

35.0cm * 35.0cm (호)

acrylic on canvas, 2022

1,200,000

[Sold/똑똑- 김경민 作]
'기억의 보편적 원리 중 하나는 실제 회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은, 저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재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보에 나오는 말입니다.우리가 기억이나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저장된 정보가 없어서 가 아니라 그 기억을 끄집어 내는 방법을 몰라서 일 수도 있겠습니다.
당송 8대가 중의 한 사람인 송나라 구양수는 유난히 특정 상황에서 좋은 시상이 떠오르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바로 삼상(三上)인데요. 잠자리 위에서인 침상(寢上), 말 위에서 마상(馬上) 그리고 화장실인 측상(厠上)이 그것입니다.우리는 멜라토닌 수치가 낮은 새벽녁이나 한 낮에 잠을 자다 보면 주로 꿈을 꾸게 됩니다. 가수면 상태에서 다양한 상상이나 공상의 결과가 꿈으로 나타나는 것 입니다. 일부러 우리 선비들은 좋은 시상을 얻기 위해깊은 잠에 빠지지 않도록 딱딱한 목침을 주로 사용하곤 했는데 그 단단한 목침이 바로 구양수 목침입니다.
또 구양수는 말을 타고 갈 때 주로 시상이 떠오른다고 했는데, 현대에는 기차 여행이나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우리는 쉽게 상념에 빠지게 됩니다.더 재미있는 것은 많은 주의를 요하는 운전을 직접 할 때에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몰입>의 저자 서울대 황농문 교수는 이때 녹음기를 활용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기록한다고 하네요.그리고 화장실에서의 경험은 굳이 설명 안해도 누구나 그런 경험칙을 가지고 있겠지요? 세상의 유명한 명언은 다 화장실 벽에서 나왔을 겁니다.
이렇게 우리 뇌의 깊숙한 곳...무의식의 장기 기억속에 자리 잡고 있던 잡다한 정보를 지닌 기억의 단위 요소들이 재생되는 데에는 아세틸 콜린이라는 뇌 호르몬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구양수의 삼상인 침상,측상, 마상 외에도 기도,명상,산책, 몰입, 반신욕, 심지어는 멍 때릴 때와 같은 우리 몸이 정적인 상태일 때 아세틸 콜린이 분비됩니다. 이때 우리뇌에는 다양한 기억이 소환되거나, 상상을 하거나, 꿈을 꾸게 되는 것이죠. 현실의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예술적 , 학문적 영감이 이 때 떠오르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 몸을 정적인 상태로 만드는 아세틸 콜린이 오래 분비되면, 심장이 멎는 등 우리 몸의 항상성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기 때문에 바로 아세틸콜린의 자가 수용체인 에스테아제가 분비되어 아세티과 콜린을 분해 시켜 버립니다.우리가 꿈이나 기가 막힌 영감, 혹은 아이디어가 금방 빛의 속도로 사라지게 되는 이유입니다.그 때를 놓치지 않고 역사상 위대한 학문적,예술적 거장들은 드로잉북이나 습작노트를에 그 영감을 기록하고 유품으로 남기는 것이지요. 역으로 말하면 이런 노트나 습작 드로잉 과정 작업을 하지 않으면 거장이 될 수 없다는 무서운 말이기도 합니다.
작가 김경민의 화장실 조각 작품은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태어나는 원초적 공간이자 과정의 일부분인 화장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합니다.화장실은 작가의 영감을 얻고 그것을 드로잉으로 남기는 여러 사색 공간 중의 하나입니다. 작가가 화장실 시리즈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이러한 작가의 영감의 시원인 화장실을 무의식적인 애호의 결과이겠지요.이작품이 우리에게 와 닿는 것은 본능적으로 우리 누구나 느끼는 공감이자 이시대 우리의 자화상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