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 작가인터뷰입니다.

경계해체 Ⅱ:사진과 회화의 경계展_홍준호 작가

임소정 | 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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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작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03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나에게 나의 생일날 운명처럼 카메라를 선물하였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지금까지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2009년 경 처음 가졌었고, 매년 유럽에 여러 미술관, 박물관을 돌면서 작품들을 보고 공부했던 것이 작가로서 가져야 할 기초를 만들어준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계기는 작품의 오브제 중 하나인 2011년 5월 1일 MRI, CT 장비에 찍힌 나의 뇌와 만남이었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었던 그날의 나의 뇌를 만나는 순간이야말로 내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일이 있은 이후 2013년 1월 정확히 10년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나의 경험, 내면의 감정, 사유를 표현하는 작가로써 발을 내딛게 되었다.

 

ㅣ 자신의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나"이다. 내 작업 전체를 한 문장(Main Concept)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Identity(정체성)의 표현"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Individual Mythology(개별 신화)를 써 내려가는 작가이다.

 

ㅣ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할지도 모르겠다. 결론을 말하자면, 작품의 메시지가 무엇이건 작품은 관객을 통해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의도와 메시지는 관객분들이 감상을 통해 어떠한 감정, 호기심, 궁금증 등을 가짐으로써 시작된다. 그것이 없다면 어떤 메시지도 전달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상을 통해 느낀 감정, 호기심, 궁금증 등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출발이다. 아무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관객분들에게 아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다. 반대로 어떤 감정이나 호기심, 궁금증 등이 생겼다면 관객분들은 작품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를 듣기 위해 한걸음 다가온 것이고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다.(참고로 관심을 가지거나 감정을 유도하는 장치를 Hook(갈고리, 걸이)이라고 한다.)

 

나는 작품을 통해 나의 생각과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했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관객분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론 관객분들 스스로 질문을 만든다. 

 

"나는 이런 경험을 했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리고 내 감정은 이러해. 당신은 어때?"

 

 

ㅣ 작품의 특정 주제나 재료, 배경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답에서 간단히 언급해드렸다.

 

덧붙여서 설명드리자면, 2015년 Digital Being(숫자로 된 존재)이라는 Title로 "숫자로 관리되는 나, 나보다 더 나 같은 숫자" 이런 메시지를 던지면서 첫 개인전을 시작했다. 거기에 등장하는 여권, 신분증, 신용카드, 각종 회원카드, 병원 환자 번호 등이 시스템 안에서 관리되는 나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환자 번호로 관리되는 나의 병원기록들이 Homo Ludense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2011년 5월 1일이란 날짜가 찍혀진 나의 뇌출혈 당시 CT, MRI 사진, 2014년 아버지의 뇌출혈 당시 CT, MRI 사진을 오브제로 활용하여 만든 것이 2016년 Homo Ludense 시리즈다. 이 작업에서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정체성(Identity)를 이야기하기 했다. 그리고 CT, MRI 사진에 색을 쓴 것은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던 유년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했던 촉각적이고 원초적인 물감놀이를 떠올리며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던 시절과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것 두 시점(삶과 죽음)을 혼합하여 트라우마를 중화시키고 극복하려 함이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 발표한 신작 "Sad Lucid Dreaming(슬픈 자각몽)" 시리즈는 꿈에서 완치된 아버지를 만나 기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투병과 재활의 현실에 대한 부정(否定, Denial)에서 출발한다. 뇌출혈 이후 고통받는 아버지와 가족을 떠올리며 현실에 아버지의 Brain MRI를 부정하며 구기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했다. 계속 반복되는 행위는 가톨릭에서 묵주기도를 하고 불교에서는 염주를 돌리며 염불을 외고 108배를 하는 것을 모티브로 했다.

 

단체전 주제가 "경계해체 II : 사진과 회화의 경계"이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라면 보통 사진에 직접적인 리터치를 통해 그 경계를 해체하려는데 반해 나는 현실 부정이라는 "행위(行爲)"를 표현했다. 한가지 더 사진은 결과물만 명확히 드러난다. 반대로 회화는 "과정(過程)"이 보인다. 그래서 대형 판넬 작업인 Sad Lucid Dreaming Black #01에서는 "과정(過程)"과 "기승전결(起承轉結)"을 보여주었다. 또한, Sad Lucid Dreaming #101에서는 결말이자 또 다른 시작을 보여주었고, Sad Lucid Dreaming #088과 #090에서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을 압축(壓縮)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주는 시도를 하였다.



ㅣ 작품 활동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가장 큰 원동력은 방대한 역사적 인류의 보고인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얻는 영감이다. 그것을 통해 꾸준한 사색, 발견, 응용이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ㅣ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나 사건, 장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평소에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에 대한 작업을 보며 작가에 대한 연구를 한다. 그리고 작품을 할 때마다 영향을 준 작가들의 방법론 등을 다르게 활용한다.

예를 들자면, Homo Ludense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의 Pop Art를 차용했다.
이번 Sad Lucid Dreaming(슬픈 자각몽) 시리즈는 유럽의 Modernism 작가 중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리고 작가가 아니라 나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면 두 스승님이 계신다. 한 분은 미술사와 철학을 통해 나에게 개념을 잡게 해주셨고 한 분은 그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이다. 영향을 미친 장소라면 나는 주저 없이 미술관, 박물관이다. 나에게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아이디어 창고와 같다.

ㅣ 에코락갤러리에서 전시를 진행하며 느낀 점/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좋은 전시에 초대해주신 에코락갤러리 대표님과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친근하고 편안하게 배려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안내 책자, 온라인 홍보, 홈페이지 작가 페이지 등 온 오프라인의 다양한 방법으로 작가를 소개해주시는 점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 조금 큰 바램을 말씀드려본다면, 전시하는 신진작가들 중에서 일부를 해외에 소개하고 해외에 진출시키는 디딤돌이 되어주신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ㅣ 본인 작품의 감상포인트가 있다면?

 내 작품의 감상포인트가 어디라고 한다면 관객분들에게 강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레 든다.
이건 꼭 알아야 한다. 이건 알아주었으면 한다. 등의 말은 도리어 관객분들과 멀어지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작품을 발표한 이상 작품은 작가가 만든 유기체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와 대화하고 호흡하는 존재로써 그냥 두어야 한다. 그것에 내가 이게 감상 포인트라 한다면, 감상하는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라 생각한다.

그래도 포인트를 여쭤보신다면, 작업에 얽힌 사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린다. 그러면 작가와 작품에 대해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작품에는 실제로 두 가지 큰 포인트가 있긴 하다.
첫째는 뇌출혈로 고생하는 가족과 아버지의 현실에 대한 부정(否定, Denial)에 대한 마음을 Print를 구기는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표현했다. 그 결과 묵주나 염주를 돌리며 기도하는 분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없이 고통스럽고 무거운 트라우마가 동일한 작업의 반복으로 가볍고 무게가 없는 먼지가 됨으로써 내려놓음, 비움의 단계에 이를 수 있으며 지금의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가벼워질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설치 작업인(Sad Lucid Dreaming Black #01은 시간의 흐름으로 시계방향으로 도는 형태로 설치했다.

두 번째는 Print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찰했다. Print는 종이(Fine Art Paper)와 안료(Pigment) 두 가지 중요한 요소로 이루어진다. 안료 잉크는 종이에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종이를 구기다 보면 제일 먼저 떨어져 나간다. 떨어져 나간 안료는 아직 붙어있는 안료와 성질과 물성은 동일하지만, 떨어져 나감으로써 본질에서 멀어져 버린다.
또한 구기고 펴는 작업의 반복으로 마치 휴지와 같아지고 가루가 된 종이는 Fine Art Paper로서의 성질이 변하고 재료의 물질성(物質性)이 도드라진다. Sad Lucid Dreaming #088, #090, #101 이 세 작품에서는 물질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즉, Print(최종 결과물의 재료) 본질에 대한 고민도 함께 보여주었다.

ㅣ 열린 질문입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질문을 정하고 그에 대한 답변 부탁 드립니다.

 Q. 작업의 기간은 얼마입니까? 
작업을 위한 Self Project Proposal(자기 제안서)를 시작으로 아이디어 구상, 다른 작가의 Research, 방법론 구상 등등 많은 아이디어를 스케치를 해나간다. Sad Lucid Dreaming(슬픈 자각몽) 시리즈의 제작 기간을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아마도 1년 이상의 구체화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 정리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ㅣ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우선은 Identity(정체성)에 대한 작업을 중심(Main Concept)축으로 하여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방식으로 Individual Mythology(개별 신화)를 계속 써 내려가는 Storyteller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싶다. 또한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게 나에게 주어진 단기간의 꿈이다. 다음은 주변에 나와 같이 Unique 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함께 성장을 하여 해외에서 전시를 하면서 미술관에 초대를 받아서 전시를 하고 싶다. 나중에는 나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운영하며 역사에 남는 작가로써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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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호

전시 
<개인전> 
2016년 대구 파티마 병원 Homo Ludense 2 ; Digital Being
2016년 서울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코리아 2016년 2월의 작가 Homo Ludense ; Digital Being
2015년 日本 東京 ユキギャラリー 招待展 Digital Being ; My Story2
2015년 서울 갤러리 유키 Digital Being ; My Story1
  
<그룹전> 
2016년 PASA Festival Contest Prize Winner 전시 (예술공간 봄 Gallery)
2011년 '사진, 매체로서의 예술' 기획 단체 초대전 (인사동 Space INNO Gallery)
2009년 세상의 숨결 展 (상상마당 갤러리)
2008년 일상의 보석 展 (상상마당 갤러리)
2007년 The 상상인 展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2006년 일상과의 대화 展 (신촌 아트레온 13층 갤러리)

수상
2016년 PASA Festival Contest Prize W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