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 아트컬럼입니다.

한민족의 祭天행사와 예술의 탄생

에코락갤러리 대표 장현근 |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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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祭天행사와 예술의 탄생



    에코락갤러리 대표 장현근

  

  고대 희랍의 酒神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제전은 서양 예술의 탄생의 배경입니다. 1년에 4회, 1주일간 진행되는 이 제전은 그 숭배의 대상이 ‘술의 신’임을 비추어 볼 때, 부대 행사로 화려한 춤과 볼거리 등이 동반된 축제였음을 여러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제전에서 상연된 근친상간과 친족 살해 등의 반인륜적이고 충격적인 비극들은 역설적으로 악이나, 불행, 슬픔, 공포의 정서가 공동체의 ‘善’을 구축하는 초석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정서는 서양미술사에도 영향을 끼쳐, 보기에 아름답다는 보편적 의미의 미개념에 부합하지 않은 ‘공포와 슬픔’이라는 미의식의 논리적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파생되어 로마로 이어진 ‘바카날리아’라는 의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석자들이 술을 마시고 집단 황홀경에 빠져 춤을 추는 ‘飮酒歌舞’는 한민족의 상고시대 역사 속의 祭天 행사에도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의하면 삼국시대 이전의 상고시대의 역사에는 하늘의 무한성, 절대성 그리고 초월성의 숭고함과 장엄함을 숭배하여 제사를 지내는 ‘祭天’행사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바로 고구려의 ‘東孟', 부여의 ‘迎鼓’, 동예의 ‘舞天’입니다. 동쪽의 사람들이 모여 [孟;비슷한 사람끼리 모임] 북을 맞아, 하늘을 향해 춤을 추는 [舞] ‘飮酒歌舞'의 의례였던 셈입니다. 비록 ‘디오니소스’같은 특정한 神 대신 숭배의 대상이 ‘하늘’이었지만 이런 제의례 행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시기에 여러 문화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서양 예술의 탄생이 ‘디오니소스’제전에서 발원되었듯이, 한민족 고유의 예술적 시원은 우리 역사가 보유하고 있는 ‘祭天’행사에서 찾아도 무방하겠습니다.비로소 우리도 뿌리 깊은 예술의 시원지를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제전이나 제천행사에서 파생된 예술 중 시간예술에 속하는 연극이나, 노래 그리고 춤은 원전 상태 그대로 기록 보존이 어렵기 때문에 구전에 의지하거나, 시각예술인 회화를 통하여 그나마 윤곽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은 여타 예술의 전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행히도 현명한 우리 조상들은 각종 고분과 벽화에 그 흔적들을 남겨, 후손들의 고유한 美意識을 형성하고,전통 예술을 전승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서양의 ‘디오니소스 제전’이나 우리의 ‘제천행사’에서의 ‘飮酒歌舞’는 집단 최면인 황홀경과 광기, 그리고 격정의 상태를 유발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신이 나타난 神明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무아지경, 몰아지경의 興과 樂의 상태인 것이죠. 신명 나게 놀거나 일하자는 말에서 유추하건대, 신명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인 셈입니다. 즉 흥겹고 즐겁게 몰입해서 신바람나게 놀거나 일하면  비록 그일이 힘든 육체적 노동일지라도 행복해집니다. 즐겁고 행복한 樂의 정신적 상태에서, 어깨춤이라도 덩실거릴 육체적 興에 취하는 ‘飮酒歌舞’의 제천행사에서 파생된 樂&興의 미의식으로 보면 그동안 일본의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에 의존했던‘恨의 美’라는 한국인의 미의식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금방 알 수 있겠습니다. 작가는 樂&興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고,관객은 그런 파장에 감염되어 작품을 감상하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