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 아트컬럼입니다.

소리를 넘어선 또 하나의 공명(共鳴)

에코락갤러리 대표 장현근 |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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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넘어선 또 하나의 공명(共鳴)] 

만물을 무한소로 쪼개면 원자가 나오고, 그 원자는 다시 원자핵과 중성자,그리고 그 주위를 구름처럼 떠도는 음전하로 나눠집니다.그 중 원자속에 존재하는 핵의 크기는 원자 전체 크기의 10만분의 1정도 매우 작고, 그 나머지 공간은 전자구름이 채우고 있어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는 빈공간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최근에 진전된 과학 기술의 힘으로 원자핵내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그보다 훨씬 작은 쿼크와 힉스와 같은 미립자 알갱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죠. 양자 물리학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원’은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물성을 가진 물체뿐만 아니라, 뇌파와 빛, 그리고 소리같은 전자기파도 무한소인 미립자 알갱이들로 나뉘며,그 미립자들이 물결모양의 파동을 통해 다른 원자에 자국을 남긴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자국을 남긴다는 의미는 바로 상대편에서 보낸 파동이 내 몸안의 빈공간에서 자신의 파동과 뒤엉켜 일으키는 공명을 말합니다.때로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몰려오는 이런 파동 때문에 우리는 예술 작품을 통해 진한 감동을 느끼는 것입니다. 

빅뱅 이후 형성된 우주화구가 점차 식어가자,이때 방출된 전자기파는 주파수가 높은 감마선,엑스선,자외선, 그리고 우리의 눈으로 관찰 가능한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 순으로 지구에 도달합니다. 그런 전자기파 중에 빛은 진공상태에서도 파동으로 전파되지만, 오직 소리만은 공기의 밀도에 따라 생성되는 파동으로 인간의 오관 중 청각과 촉각을 통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10의 28승개의 원자속 빈공간에서 공명을 합니다.그렇다면 우리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내 빈공간에서의 공명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시학’에서 우리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는 공포,슬픔,연민,긴장,상처 같은 부정적 기제들을 격한 감정 유발, 즉 공명을 함으로써 몸밖으로 배설하는 카타르시스[Katharsis]대해 이야기 합니다.일종의 정신적 승화 및 정화 작용으로 우리는 이 과정이 끝나면 묘한 쾌감과 개운함을 느끼거나, 슬픔이 사라지는 효과을 경험하게 됩니다. 예술가는 파토스[Pathos]상태에서 우리 몸안의 빈공간을 관통하는 전자기파에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담아 공명으로 증폭시킴으로서, 스스로를 정화하고 이때 발생되는 쾌감으로 보상받습니다.그 증폭된 파동을 받는 관객 또한 같은 경험을 하게 되지요. 음의 진동과 파장은 소리를 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공명시켜 응어리진 恨과 슬픔이 풀어진 신명난 상태로 가야 비로소 마음이 정화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그 파동을 받아 공명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예술가가 파동을 증폭 시켜 방출할 때 관객 또한 그 파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예술가와 같은 수준의 대역에 주파수를 연 파토스 상태여야 오롯이 그 감동의 파동을 받아 공명할 수 있게 됩니다.영국의 정신 분석학자 M.클라인은 이성적인 로고스[Logos]에서 무의식 상태에 접어들기 힘든 어린이를 대상으로 ‘유희 요법’이라는 처방으로 치료를 했습니다.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대한 의도적인 저항 때문에 어린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죠. 즉 몰입 즉 파토스 상태에 이르게 한 뒤 치료한 것입니다. 이 ‘유희요법’은 비단 어린이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닙니다.어른들도 축구나 야구를 응원하거나, 영화 또는 공연을 보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러 전시장에 들리는 등 약간의 사전 준비와 환경만 조성되면 누구나 쉽게 공명이 가능한 파토스 상태에 이를 수 있지요. 

인간의 뇌는 최초 파충류때 형성된 밤톨만한 뇌간으로부터 외부로 진화를 하게 됩니다.뇌간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공격과 방어행위 및 짝짓기 그리고 심장 박동과 호흡활동 같은 생존과 번성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합니다.이후 포유류로 진화하게 된 인간의 뇌는 뇌간을 감싸며,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변연계로 커집니다. 이윽고 영장류로 진화한 뒤에 비로소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그리고 영감이나 직관을 발현 할 수 있는 대뇌 피질을 갖게 되지요.우리의 대뇌 피질은 보다 많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하여 마치 허파 꽈리처럼 진화합니다.이는 제한된 뇌공간내에서 보다 넓은 표면을 갖기 위한 신의 한 수인 셈이죠. 뇌용량이 스스로 확장되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과 번성에 필요한 정보가 급증하는 바람에 더 이상 자체 저장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양이 증가하자, 인류의 조상들은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바로 정보를 육체 밖으로 저장하는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마치 오늘날 블록체인[Block Chain]처럼 자기가 가진 소중한 정보를 타인의 뇌에 복사해서 붙여 넣어 공유하는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인류의 생존과 번성에 반드시 필요했던 집단 연대 및 유대 관계의 시작입니다.바로 이때 모여 집단적으로 필요했던 정보를 공유했던 방식이 오늘날 예술의 장르인 연극,음유시,회화,춤,음악의 탄생 배경입니다.

이런 집단 행사는 서양의 ‘디오니소스 제전’으로 발전되고, 우리 한민족은 고구려의 동맹,동예의 무천,부여의 영고[迎鼓]같은 상고 시대의 제천행사로 나타납니다.특히 부여의 영고[迎鼓]는 다른 제천행사가 모두 10월에 열리는 것에 비하여 12월에 열리는데, 이는 농경을 을 업으로 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수렵과 유목이 주업인 까닭입니다.만주 벌판을 내달렸던 수렵 기마민족의 기상을 붇돋는데에는 파장이 길며 낮게 깔려, 지평선 너머까지 멀리 공명시키기에 혁고[革鼓]만한 것을 없었겠지요.둔탁하게 낮게 울리는 북소리는 그 파장이 길어 듣는 사람 모두의 가슴을 공명시켜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킵니다.단시간에 집단 파토스 상태를 유발하기에는 북소리가 최고의 방법이었을 겁니다.하물며 전쟁터도 아닌 생존과 번성의 정보가 공유되는 연대와 축제의 마당인 제천행사에서의 북소리는 그 행사의 이름을 영고[迎鼓]라 했을 정도로 상징적이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미 소리 하나만으로 광저우,카타르,벤쿠버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한국의 소리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알린 작가 최소리는 이미 십수년을 북과 접화 된 상태에서 북소리와 공명하며 살아왔습니다. 살아 숨쉬는 시간 절반이 파토스 상태, 즉 광기와 도취와 삼매의 신명난 삶이었죠.작가 스스로도 내가 나비인지..나비가 나인지 모를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상태에서 크고 작은 북을 쳐 세계를 공명시켰습니다.그때마다 대중은 못 보고 그의 눈에만 보이는 기의 흐름, 즉 북소리의 파장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사람들을 휘어감아 그들의 세포속 빈공간을 공명시킬 때, 작가 최소리는 문득 그의 눈에만 보이는 그 소리의 파장을 영구히 시각화하기로 결심을 합니다.공연과 같은 시간 예술은 신명에 이르는 그 효과가 즉흥적이지만 지속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이미 소리의 공명을 통하여 세계를 정화시킨 선험적 메카니즘을 가진 작가 최소리가 시각예술인 회화의 영역에서 추구하는 또 하나의 공명을 과연 무엇일까요?

어린시절부터 소리에 미쳐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탈한 상태로 자연 속에 파묻혀 모든 물성을 가진 물체를 두드리며 그것들이 내는 소리 파장에 중독되고, 득음 아닌 득음을 한 작가 최소리는 그가 두드리며 낸 소리가 공기의 밀도를 밀어내며 물결 모양의 파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온몸으로 느낍니다.우리는 못 보고 그만이 오롯이 오관을 통해 볼 수있는 파동의 무늬이죠.소리의 파동은 진원지를 이미 떠나 먼 우주로 사라지자 비록 응어리와 한은 정화되었다지만. 공허함도 함께 남는다는 것을 깨달은 작가는 첫단계로 파동이 휩쓸고가며 남긴 자국을 수묵 담채로 화폭에 담기 시작합니다.작가가 스스로 공명된 상태, 즉 파토스와 신명의 상태에서 느꼈던 삼매와 몰아의 감정들인 광기과 도취,공포 그리고 격정과 황홀경, 심지어는 극한의 슬픔의 정서가 응어리진 한까지…비록 그것들이 소리가 아닌 시각으로 표현되었지만,우리는 소리가 공명되며 내는 파장을 들리는 환청을 경험하게 됩니다.바로 공감각이라는 우리 인체의 오묘함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이렇게 그가 염원하던 소리를 보여주고자 했던 욕망은 평면화폭의 조형미로 실현되어 또 하나의 단단한 나이테를 추가 합니다. 

양자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피조물에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미립자들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 미립자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파동에 의한 자국을 남기는 방법으로 온갖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습니다.우리가 오래된 성당이나, 절에 가면 저절로 숙연함을 느끼고, 선대로 부터 받은 유품에 유난히 더 정이 가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의미있는 선물이 소중해지는 이유입니다.이 오묘한 우주의 섭리와 자연의 법칙을 스스로 체득하고, 자각한 작가 최소리는 소리의 파장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회화적 작품에 소리를 저장하여 보여주는 데 성공하지요.소리의 파장을 직접 기록하게 될 매체은 소리의 파동 주파수가 가장 높고 에너지가 큰 금속재질 매체들로,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기에 충분한 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이젠 한단계 더 진전된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소리가 저장되고 그 파동이 물결처럼 퍼져나오는 차원 높은 공감각적 공명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작가 최소리의 이러한 장르와 매체를 초월한 공감각의 예술적 행위는 우리 한민족의 미의식인 신명[神明]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신명은 합리적인 이성이 우리 뇌를 주관하는 때가 아닌, 내몸에서 귀신이 나타나는 상태인 바로 신명[神明]난 상태,순식간에 삼매[三昧]의 일심불란(一心不亂),무아지경,몰아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나타납니다.누구나 이 신명에 이르면 정신적으로 樂하게 되고 육체는 興에 취하게 되지요. 상고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신명난 상태를 절대적 일자,하늘,우주,대자연과 접화하는 유일한 통로로 인식합니다.우주는 하늘과 땅사이에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천지인[天地人]사상에는 천지를 이어주는 사람인 무인[巫人]의 존재가 필연적입니다.누구보다도 신명난 상태,즉 파토스의 경지에 쉽게 빠져들어 대중을 집단 최면 상태로 이끄는 사람말입니다.이와 같이 상고시대 제천행사에서 발원한 천지인의 신선 사상은 화랑도에 이어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의 풍류정신으로 발현되며 오늘날은 모든 예술가들에게 이어져 발현되는 우리 고유의 사상입니다.

작가 최소리는 이미 소리를 통하여 그의 신명을 공명시켜,전 지구인을 집단 최면인 황홀경과 광란,그리고 도취와 격정의 상태를 유발 시킨 경험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의 신명난 한판 소리는 그 자체가 무아지경, 몰아지경의 ‘興과 樂’의 공명으로 전 지구를 연대와 대동의 장으로 만들었지요.작가 최소리는 즐겁고 행복한 樂의 정신적 상태와 어깨춤이라도 덩실거릴 육체적 興에 취하는 신명에서 파생된 樂&興이라는 우리 고유의 미의식을 지닌 초유의 무인[巫人]입니다.이번 전시는 그의 넘치는 에너지가 소리를 넘어서 그 소리를 보여주고 저장시켜, 또 다른 장르로 대중의 공감각을 자극시켜 공명하겠다는 욕망이, 조형의식으로 반영된 회화로도,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전시입니다. 그의 예술적 욕망의 본질과 근원은 예술 장르에 상관없이 동일하며, 다만 구현되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번전시는 이미 파토스와의 신명[神明]의 경지를 수시로 넘어본 작가 최소리의 또 다른 예술적 욕망의 분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비록 소리의 파동과 달리 즉시성은 떨어지지만 선사시대 동굴벽화처럼 수만년동안 지속될 소리의 공명을 시각화하려는 그의 욕망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가 소리로 지구를 공명시켰듯이 소리의 저장과 파동이 담겨 조형의식이 반영된 평면회화도 전 지구인을 또 한번 공명시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